상상


<판의 미로>의 오필리아


스티븐 킹의 <샤이닝>을 읽고 있다. <샤이닝>이라는 영화에 관해서는 눈으로 고립된 호텔에서 잭 니콜슨이 연기하는 남자가 미쳐서 가족들을 죽이러 다닌다는 얘기만 알고 있었다. 들은 대로라면 주인공 남자가 죽이려 들 아들은 소설에서 대니라는 다섯 살짜리 아이다. 대니는 예지력이라고 불릴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아이라는 모티브는 여러 곳에서 나온다. 대니는 엄마 아빠가 보이지 않는 친구라고 부르는 토니에 이끌려 종종 앞으로 일어날 일을 본다. 아빠가 피 묻은 방망이를 들고 자기에게 다가오는 것을 여러 번 본다. 이런 상황을 두고 정신분석을 하는 의사는 진지하고 신중하지만 소설 속에서 우스워 보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니는 실제로 토니를 만나고, 아빠가 들고 있는 로크 방망이에 피와 머리카락이 엉겨 붙어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오정희는 <새>의 리베라투르 상 수상소감에서 어린 아이는 찢긴 세계 속에서 버림받음과 폭력과 무관심에 방치되어 가장 부서지기 쉬운 존재라고 언급한 적 있다. <판의 미로>의 오필리아, <식스 센스>의 콜, <타이드랜드>의 질라이자가 겪는 일들. 기예르모 델 토로는 "나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상상력과 희망으로 버티어낼 수 있었다. 나에게 상상은 도피가 아니다. 진실과 관계를 믿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찢긴 세계, 아이, 상상의 삼각형은 픽션이 진실과 관계 맺는 하나의 방식이다. "진실은 야수와도 같아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와 주인공과 피조물은 누구보다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by 새벽 | 2009/11/07 22:56 | 쪼가리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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