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번


어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5번 1악장을 연주했다..페이스타임에 대고 멀리 있는 친구에게..15번 1악장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8번 3악장을 연주한 다음으로 고른 곡이다. 다른 곡들도 그렇지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마치 이야기하는 것만 같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고, 어떻게 들릴지 상상하면서 연습하게 된다. 15번 'pastoral' 또는 '전원'인데..봄을 기다리면서 쳤고, 봄에 한참, 더워도 너무 더웠던 여름에 간혹 치다가 9월이 됐다. 언제 우리집에 다들 초대해서 한번 또 들어달라고 할지 엿보다가..(운다) 어제는 도입부를 마음에 들게 쳤다고 생각한 나머지 집중을 놓치고 후들들 떨게 됐다..
오늘은 <주기율표>를 펴봤다. 엄마가 좋은 책이라고 했고..남편도 그랬던 책으로 책장에서 거실로 가져다놓은지 몇달 만인지..무슨 얘기인지 아직 모르겠지만 열다섯 쪽을 넘기면서 이런저런 나래를 한참 폈다..'우리의 선조'라는 말이 나오기에 칼비노와 이탈리아 시골..그래 나도 선조들의 명문장을 또 뒤지고 있잖아..우리 선조라고 해볼까 나도..같이 거실에 갖다놓은 <선조 이야기>도 있지만, 나도 지금보다 더 곤란해지면 옛사람이나 벗하고 살겠지..그래서 책이 싫단 말이야..
 

"내가 알고 있는 게 얼마 되지는 않지만 우리 선조들은 바로 그러한 기체[비활성 기체]들과 비슷한 데가 많다. 그들 모두가 물질적으로 활발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 것은 그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아주 활동적이었거나 그랬어야만 했다. 먹고살아야 했고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지배적인 도덕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 내면의 정신만큼은 열심히 움직이기보다는, 세상사와 무관한 생각, 재치 있는 대화, 고상하고 세련되며 대가 없는 토론에 빠져 있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들이 남겼다는 행적들이 제각기 성격이 다르면서도 모두 공통적으로 정적인 데가 있고, 품위 있는 절제의 태도, 큰 강처럼 흐르는 삶의 대열 변두리로 자발적으로(혹은 수긍하여) 물러서는 태도가 서려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고귀하고 활동적이지 않았으며 드물었다. 그들의 역사는 유럽과 이탈리아에 있는 다른 걸출한 유대인 공동체들에 비하면 빈약하기 짝이 없다."(<주기율표> 8~9쪽)



by ㅅㅂ | 2021/09/23 21:36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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